차별금지법, 왜 나왔나?
세상은 배운 사람과 못배운 사람, 갖은 사람과 덜 갖은 사람, 남자와 여자, 어른과 어린이, 강대국과 약소국등 사회적으로 이미 차별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동안은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시대다. 그래서 이미 서구에서는 이것을 개인의 양심이나 도덕, 신앙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법을 만들어서 보호하게 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법을 만들다는 것은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이 된 것으로 의미한다. 따라서 이 법이 제정이 되면 그동안 통용되거나 묵인된 것도 잘못하면 법의 강제력을 받을 수가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우리 인류는 사회의 발전과 제도의 변화에 따라 약자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최소한의 입법을 통하여 우리 사회를 유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우리가 차별금지법을 놓고 기독교가 분열하고 그 상처와 후유증을 입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 문제는 왜곡된 정보를 믿고 따르는 것이 문제다. 언제 한번이라고 우리교단 신학교 교수들이나 의료인 법조인들과 진지한 토론과 제대로된 연구 한번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차별금지법문제도 기독교가 반대하는 독소 조항이 무엇인지 대화를 하고 그것만 빼고 가자던지 해야지 법 전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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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으로 제정하지 않으면 보호가 안되는 것들에 대한 입법 시계 |
신사의 나라라고 불리던 영국의 발전 기초는 산업혁명이었고 극대화된다. 그러나 성공은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이전 시대만 해도 농업이 장려되지만 산업혁명으로 양모 생산을 한 엔크로져 운동(양의 울타리는 넓히자)이 나온다. 증기기관과 분업의 발전과 증기기관과 같은 동력의 출현으로 기계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다.
그렇게 대량생산으로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자 땅을 잃은 농민들은 토지에서 밀려나와 도시빈민이 되거나 공장의 부품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하층 노동자로 전락한 이들은 다치거나 죽어나가도 그것은 개인의 부주일 뿐 기업주는 책임이 없었다. 장시간 노동과 직업병으로 희생되자 이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나오고 과격한 공산주의 이론까지도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리고 웨슬리안들의 신앙 산업선교와 페비안사회주의 노동자 조합법이 만들어 진다.
이후 환경보호나 생물, 동물보호법의 출현도 모두 보호하자는 법이다. 그리고 선진국들은 이미 기존 사회의 전통과 질서로부터 억압받던 소수자등을 보호하는 법을 입법한다. 그리고 유엔은 OECD 국가중 하나인 우리나라도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라는 권고를 받아 왔다. 그리고 이번 20대 국회에 정의당의 발의로 입법 청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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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청원한 장혜영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 |
정의당이 발의한 것이 문제?
지난 6월 29일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 법안 취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법" 으로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막자는 것이다. 차별은 인간의 불가침한 존엄성을 부정하는 혐오와 폭력의 숙주다. 누구도 약자이며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라는 주장이다.
차별금지법안은 기존 장애인 차별 금지, 고용상 차별 금지 등 집단·계층에 대한 세부적 차별 금지를 넘어,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법안 3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일을 '금지 대상 차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법안 내용은 처음 논의가 되기 시작한 지난 10여 년 전부터 수차례 발의된 차별금지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별 금지 법조문에 '성적 지향' 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입법에 실패한 것이다. 이유는 이 법이 제정될 경우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만 해도 처벌될 것이고 전도를 못하게 되고 설교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허위 선전 때문이었다.
지역에서 교인들을 좌우지 할 수 있는 보수 목회자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입법에도 실제로 정의당 의원 6명을 빼고 4명만 더 모으면 법안을 발의할 수 있었지만, 보수 교계로 부터 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하여 다른 당 동료 의원들이 주저하면서 10명을 채우는 데 고충이 컸다고 한다. 10명 중 심상정 의원(고양시덕양구)을 제외하면 전원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기독교, 차별금지법 알고나 반대하나?
동성애 반대나 차별금지법 반대는 보수적 신앙의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왔다. 그런데 이번에 갑짜기 뜬금없이 한교총 가입 교단들이 나서서 반대에 앞장 선다. 그러나 교단 자체적으로는 동성애문제는 규정이 있지만 이 법에 대해서는 아직은 정해진 것은 없다. 연합기관은 교단장들의 친교와 임의단체지 교단연합체는 아니다. 따라서 한교총이 앞장선 차별금지법은 교단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우리교단은 NCCK와 한교총에 모두 가입되 기독교장로회나 순복음등 진보나 보수주의 교단과도 협력하고 연합활동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안별로 다른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사안에 따라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교단의 신앙고백이 모두 같다면 통합하지 달리 갈 일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다른 교단들과 아무런 차이나 이견없이 무조건 같이 가는 것은 안된다.
한교총이 차별금지법과 관련하여 국가위원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나눈지가 얼마안되 갑짜기 차별금지법 반대를 결의하고 나서는 것은 개신교 연합단체의 무게에 걸맞지 않는 다. 반대를 하더라도 좀더 알아보고 절차를 거쳐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교총 반대 행사에 그동안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길원평 교수나 조영길 변호사를 부른 것은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다.
진평연 대형교회 붙잡고 시민단체 조직
또한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는 485개 단체가 참여하는 ‘진정한 평등을 바라는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국연합’이 창립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에 적극 나섰다.심만섭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는 창립준비위원장으로 전용태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를 추대했다.
이 발족식에는 동성애 반대 운동에 앞장서 온 인사들이 총출동했는 데 주요셉 목사(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와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본부), 김지연 약사(한국가족보건협회), 백상현 기자(<국민일보>), 한효관 대표(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등이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조영길·지영준 변호사 등이 쓴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 책을 나눠 줬다고 한다.
진평연 창립준비위원회 명단에 오른 대형교회 목회자들중 고명진(수원중앙침례교회)·김경진(소망교회)·김병삼(만나교회)·김운성(영락교회)·김은호(오륜교회)·류영모(한소망교회)·박진석(포항기쁨의교회)·소강석(새에덴교회)·유기성(선한목자교회)·주승중(주안장로교회)·한기채(중앙성결교회) 등은 실제로는 이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 우리교단 목회자들은 다음과 같다(청색)
그러나 창립준비위원에는 이름이 오른 목회자로는 권성수 목사(대구 동신교회), 권태진 목사(한교연 대표회장), 고명진 목사(미래목회포럼 대표), 김경진 목사(소망교회), 김병삼 목사(만나교회), 김승규 장로(전 국정원장), 김운성 목사(영락교회), 김은호 목사(오륜교회), 김종준 목사(예장합동 총회장),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신수인 목사(예장고신 총회장), 오정호 목사(대전, 세종, 충남, 충북 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영안교회),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주승중 목사(주안장로교회), 한기채 목사(기성 총회장), 맹연환 목사(광주 문흥제일교회), 박진석 목사(포항기쁨의교회),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유만석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이라고 적고 있다.
보편적 신학과 신앙으로 봐야
절차적으로는 한교총 소속의 교단들은 신학대학교 교수들과 목회자들로 하여금 이 법의 취지와 문제점을 연구하는 시간을 갖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일에는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교단장들은 직접 무슨 일을 하는 위치가 아니니 먼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순서라는 얘기다. 그런데 외부인들이 주창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중에 김승규 장로(할렐루야교회)는 기독교 자유당에서 보수정치를 앞장선 분으로 순수 하지 않다.
지금이라고 늦지 않았으니 교단의 전문가들을 불러서 연구를 맡겨야 한다. 무조건 반대라는 취지가 아니라 그 법의 긍정적인 것은 받아주고 맞지 않는 것은 수정이나 개정, 폐지를 요구하면 될 것이다. 지금 미통당에서는 포괄적이 안되면 개별적 차별금지법 안을 내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판이니 잘알아보고 가야 한다. 그럼에도 보수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안된다.
법의 내용은 사실 전문가가 아니면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는 국제적 위상과 맞물려 선진국 대열로 가려면 그에 걸맞는 법을 거부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국가적 특수성을 고려해야지 특정 종교의 요구만을 담는 것도 쉽지는 않다. 기독교가 힘의 우위로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주어 선교적 기반을 마련하거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은 고립화를 초래하는 일이다.
그래서 반대하는 한교총의 성명서와 찬성하는 NCCK 인권센타의 성명서 그리고 중도적인 성명서 3편을 소개한다.
한교총의 반대 성명서
‘평등구현과 인권보장’에 역행하고, ‘양성평등한 혼인 및 가족생활’과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
기독교는 창조주 하나님이 피조세계와 인간을 축복하고 구원하신다는 믿음에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천부인권을 소유하고 있음을 믿는다. 이러한 기독교적 인권 이해가 바탕이 되어 1948년 12월 10일에 유엔총회가 「세계인권선언」을 제정하였으며,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시민사회와 함께 고난을 무릅쓰고 인권신장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고 자유 및 인권 존중과 평등정신의 기반 위에 선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하여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며 인권을 공평하게 보호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각 영역에서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차별 철폐를 위해 힘쓰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같이 차별금지를 법률의 명칭에 담기도 했고, 「양성평등기본법」·「남녀고용평등법」 등과 같이 차별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의 법률도 제정하였으며, 「근로기준법」·「교육기본법」 등과 같이 차별금지 조항을 포함한 법률도 제정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차별사유인 성별, 장애, 연령, 인종, 전과, 질병(에이즈) 등에 따른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다수의 법률과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통한 인권보장과 평등구현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며 대화 속에서 협력해 왔다.
그런데 최근 사회 일각에서 시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평등구현의 명분과는 달리 오히려 심각한 불평등과 역차별을 낳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영역과 차별사유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하여 각 해당 법률에서 각각 세밀하게 규율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금지사유를 불합리하게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결과적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결혼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면서, 이와 관련하여 고용, 교육, 재화·용역 공급, 법령 및 정책의 집행 네 영역에서 폭발적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나아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의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양심·신앙·학문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한국교회 교단장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기에 아래와 같이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한다.
1. 한국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기존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통하여 세밀하게 다루는 차별금지체계를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나아가 ‘평등구현과 인권보장’, ‘양성평등한 혼인 및 가족생활’,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강력히 반대한다.
2. 정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소수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동성애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를 비판하는 국민을 처벌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폭발적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임을 인지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
3. 국회의 여야 정당은 국회 일각에서 발의를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당론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
4. 시민사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초래할 비판의 자유 상실과 사회적 갈등 고조 등의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하여 책임 있게 행동하라.
2020년 6월 25일 한국교회총연합 회원 교단장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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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한다!
NCCK 인권센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표하며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차별금지법은 성서의 약자 보호법이며 모든 생명에 자유와 해방을 선포하는 기독교의 희년법과 같다. 이는 기독교의 사랑과 평등의 가치를 사회에 구현하는 실질적 실천이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은 발의를 넘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며 서로의 다름을 넘어 마땅히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로의 기본 근간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비롯한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혐오와 낙인, 정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신앙인들을 탄압하고 양심적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최근 성소수자 축복식에 참여한 이유로 해당 교단 재판에 기소된 이동환 목사가 겪는 어려움을 통해 교계에 이는 혐오 광풍의 심각성을 직시할 수 있다.
성서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과 평등의 가치는 인권과 배치되지 않는다. 기독교의 가치와 인권은 전적으로 일치한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모든 인간 존엄이 바로서는 것,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모든 체제에서 자유한 것. 그리고 서로를 평등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이는 곧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세상과 같다.
우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들과,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섬기고 평등한 사회를 염원하는 한국교회 모든 신앙인들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연대해 나갈 것임을 밝힌다. 다시 한번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1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연대와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2020년 6월 3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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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리의 입장
기윤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예방하고 금지하며,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헌법상의 평등권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아직도 불평등과 편견이 심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입니다. 인애와 공평을 우리의 삶에서 실천하려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원칙적으로 이 법의 제정을 적극 찬성합니다.
좋은 취지와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의 초안들은 2007년 의원 입법으로 최초 발의될 때부터 다양한 계층의 첨예한 찬반양론으로 추진이 보류되거나 무산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법 발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졌지만, 또 다시 그로 인해 도리어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9월 정기국회 기간에 법무부 안이 발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성적지향을 이유로 하는 차별의 금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에서 가르치는 바를 근거로 성적지향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 등에 의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성적지향의 다양성 인정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많은 편입니다. 한걸음 나아가 성적지향의 다양성 인정이 허용과 조장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법안제정이 시대의 요청을 반영하더라도 적어도 도덕의 문제에 있어서는 사회적 허용의 범위와 함께 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2. 최소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하는 차별의 금지가 적용되는 교육기관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하는 차별의 금지를 <차별금지법>에 포함하기로 결정하더라도 그 적용대상이 되는 교육기관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모든 학문 분야에서 동의된 내용을 교육부가 수시로 반영하여 정해집니다. 생활지도 부분도 국민정서와 교육적 원리를 고려하여 교육부가 원칙을 제시하고 학교별로 세부적인 규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인격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교육내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성적지향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헌법상으로 그 자율성이 인정되는 대학과는 달리 최소한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기관의 경우 이에 대하여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성적지향의 차별 금지를 차별금지법에 포함하더라도 유치원, 초∙중등학교 등은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적용대상에 포함할 경우에는 학교장이나 교사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3. 차별금지의 예외규정을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의 2010년 평등법이나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 등과 같은 외국의 입법례들과 비교해 볼 때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차별금지법>이 사회전반에 끼칠 수 있는 파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미흡하고 차별금지의 예외사유가 지나치게 간단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성적 지향의 다양성 문제가 아닐지라도 <차별금지법>과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폭넓게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고, <차별금지법안>에서도 ‘합리적 이유에 의한 차별’은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종교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분쟁발생 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기독교계에서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입법례를 충분히 검토하여 차별금지의 예외사유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법률을 정할 때는 사회 구성원 다수의 이해와 지지가 꼭 필요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위와 같은 고려가 부족한 <차별금지법>을 무리하게 입법한다면 또 다시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받지 않을 인간의 권리를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입니다. 이 법이 국민의 의사 및 법 감정 등을 반영하여 잘 제정되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와 설득을 진행해주시길 국회와 정부에 당부 드립니다. 우리들은 기독교계가 이 논의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2013년 9월 11일(수) 공의정치포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 좋은교사운동 |